짜라두짜? 차라투스트라?
독일어나 영어로 Zarathustra를 발음하면 한국 사람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요? Zarathustra는 원래 몇 개의 음절일까요?
독일어나 영어 발음은 4개의 음절로서 우리 귀에는 "짜라두~짜'로 들립니다. 이렇게 돼야 음률을 맞추기 좋습니다. 4음절의 '아아오-아','아아우-아', '오오아-오' 같은 모음 배열은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운율과 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Zarathustra에 대한 한글 표기로서 과감하게(!) '짜라두짜'를 택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차라투스트라'로 표기하면 여섯 개의 모음, 여섯 개의 음절입니다. 이름이 너무 긴데다가 이름을 구성하는 음절에 장단고저(長短高低)가 조화되어 있지 않아 운율을 맞출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원래 매우 리드미컬한 시(詩)이기 때문입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시(詩)입니다.
니체의 대표작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Also spoke Zarathustra)]는 aphorism과 우화, 이미지로 가득 찬 시입니다. 기존 우리말 번역본은 운율이 없는 산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번역본은 원래의 시 형식을 살려내려 애썼습니다. 그때문에 설명 지문이 아닌 부분은 시처럼 시각적 배열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 프롤로그 16번째 연(0"16)을 살펴봅시다. 음절 사이는 '-'로 표시했습니다. 괄호 안은 음절의 숫자입니다. '/'는 말을 할 때 자연스럽게 쉬게 되는 부분(pause)입니다.
Ver-wan-delt ist Zar-a-thus-tra,(8)/zum Kind ward Zar-a-thus-tra,(7)/ein Erwach-ter ist Zar-a-thus-tra,(9)/was willst du/nun bei den/Schlaf-en-den?(9)
짜라두짜, 정말 많이 바뀌었네!
짜라두짜, 아이가 됐어!
정신이 말똥말똥해!어이!짜라두짜!
저 아랜 전부 잠에 취한 놈만 살아! 거기 가서 뭐 하려고?
니체는 원래 철학자가 아니라 그리스 고전 문헌학자(philologist)입니다. 그리스, 라틴, 히브리의 수천 년 전부터 전해 오는 음유 고전 문학에 달통했던 사람입니다.
그리스와 라틴 시의 운율은 영어나 독일어와는 다릅니다. 영어와 독일어 시에서는 액센트 강약이 리듬 있게 배열되어 있는지, 행 마지막 음절의 발음이 비슷한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행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면 그리스와 라틴 시의 운율은 한국어 시와 비슷하게 행의 길이가 중요합니다. 음절 숫자가 중요한 meter운율입니다. 영시에서는 Blake가 미터법을 썼지요.
라틴어 시나 그리스 시에서는 포즈와 포즈 사이에 음절이 몇 개 있나를 가지고 운율을 맞춥니다. 3-4조니 4-4조니 하는 우리말 시와 똑같은 원리입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는 문득문득 미터 운율이 등장합니다. 영어 시나 독일어 시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리드미컬한 구조입니다. [짜라두짜는 일허게 말했지]의 첫 문장():1)을 보십시오. 독일어이지만 미터 운율에 가깝습니다. 설명 지문 부분이라 번역문을 산문처럼 배열했습니다.
Als Zar-a-thus-tra drei-ssig Jahr alt war,(10)/ Ver-liess er sein-e Heim-at,(7)/
und den See seiner Heim-at,(7)/ und gieng in das Ge-bur-ge.(7)
짜라두짜가 서른 살 때 일이었어. 집을 떠났지, 물론 집 옆의 호수도 떠났지. 산으로 갔어.
니체는 루터나 괴테를 넘어서는 독일어 최고의 문장가입니다. 또한 그 자신의 말대로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암송하라고 쓴 책"입니다. 이 번역본은 원래 모습대로, 다시 말해 시로 옮기려 애쓴 책입니다.
쉽고 명확한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니체 문장은 원래 명징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magic power를 가진 문장입니다. 이 번역본은 니체 문장의 원래 느낌을 살려내려 애썼습니다. 읽고서 뜻을 파악할 수 없는 신비주의적 횡설수설을 니체는 한 적 없습니다. 니체의 글은 웃음,울음,감동,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 명쾌하고 신랄하면서도 유머와 사랑이 넘치는 글입니다.
장과 절 표시를 해서 개념과 이미지의 원래 뜻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니체는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서 개념과 이미지를 반복해서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 개념이 제대로 소개되었던 대목을 간단히 밝힐 수 있다면 지저분하게 주석을 붙일 필요가 없어집니다.
프롤로그를 '0'장으로 하고 나머지 장에 1에서 80까지의 숫자를 부여했습니다(원본에는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에도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1:23'은 '1장 23연'이란 뜻입니다. 연 번호는 니체가 단락을 구분한 곳을 기준으로 부여했습니다. 아무 데나 연 번호를 붙인 것이 아닙니다. 장과 절의 표시는 홀수 페이지에서는 페이지의 오른쪽에, 짝수 페이지에서는 페이지의 왼쪽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신.인민,폭도 등의 단어에 관한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
정치적 가치판단과 종교적 신앙은 누구에게나 소중합니다. 문제는 짜라두짜으 내용이 매우 신랄한 정치 비판과 종교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니체가 비판한 내용을 니체의 뉘앙스로 옮기려 노력했습니다. 번역자의 주관적 성향이 반영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영어에서는 하나님은 대문자 God이고 神은 소문자 god입니다. 독일어에서는 명사를 모두 대문자로 표시하기 때문에 어느 경우든 Gott가 됩니다. 어느 경우에 하나님으로 번역하고 어느 경우에 神으로 번역할지 망설인 대목이 많았습니다. 특히 니체가 기독교를 가혹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때 주로 홀링데일 영역본을 참조했습니다.
또 한 가지 조심스러웠던 것이 강한 정치적 함의를 가진 용어들입니다. 떼(Herde), 대중(Menge), 많은 사람(Viele), 많고 많은 사람(Viel-zu-wiele), 남아도는 사람(Uberflussigen), 인민(Volk), 어중이떠중이(Gesindel), 폭도(Pobel)를 정확하고 일관되게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니체에게 이 말들은 모두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니체는 '유럽 문명의 부패 및 붕괴'를 누구보다 먼저 식별했던 사람입니다. 따라서 니체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통력한 비판을 가할때 이 말들을 사용합니다. 이 책에서 모두 300번 이상 등장합니다. 서로 뜻이 비슷한 단어를 일관성이 있도록 번역하기 위해 조심했습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천천히 조금씩 외우며 읽는 시집입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외우라고 쓴 책입니다. 물론 수능시험 준비하듯 외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외우기 좋은, 즐겁고 심오한 리듬을 가진 시집이란 뜻입니다. 니체의 말을 빌리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무화과 같은 가르침입니다.
무화과가 떨어져 내리고 있어.
부드럽고 달콤하게 떨어져 내리며 발그레한 살갗이 벌어져.
나는 익은 무화과를 흔드는 北風. (24:1)
내 가르침은 무화과같이 자네에게 떨어지지.
그 汁을 마시고 그 달콤한 살을 씹어.
세상은 온통 가을이잖아!
하늘 맑은 오후야! (24:2)
이 까닭에 암송하기 쉬운 리듬을 살려서 번역하려고 애썼습니다. 또한 장과 절 표시를 하여 읽은 지 오래되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 이미지나 개념을 쉽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 짜라두짜와 함께울고 웃고 춤추십시오. 짜라두짜는 춤을 엄청 좋아합니다. 짜라두짜의 이야기에서는 춤, 춤꾼이라는 단어가 111번 등장합니다. 의연하고 쾌활하게 살기! 니체는 삶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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