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바둑판과 명품 바둑돌
1. 고급 바둑판
애기가(愛棋家)들에게 좋은 바둑판과 바둑돌을 갖는 것은 꿈이자 희망이다. 바둑판은 비자나무와 은행나무, 피나무, 가문비나무 원목을 최고로 치는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값이 싼 인도네시아산 아가티스 목재의 바둑판이 보급되어 있다.
몇 년 전 한 일본인이 한국기원에 기증한 구한말 김옥균의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고급 비자판은 아닌 중질정도였으나 역사적 희귀성 때문에 2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명반(名盤)으로 불리고 있으며, 조선도공의 후예인 심수관 씨가 소장하고 있는 7치 8푼 두께의 비자나무 바둑판은 최고의 명반으로 알려져 있다.
애기가(愛棋家)들은 5치 ~ 7치 정도의 두꺼운 명반을 좋아하며, 일본에서는 기반사라는 가업을 대물림 받은 명장의 후손들이 만들어내는 바둑판이 빼어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둑판은 은은한 향이 있고,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연황색으로 흑백의 바둑돌과 잘 어울려야 되고, 나이테가 균일하여 광택이 나되 매끄러워 손에 부드럽게 닿아야 하며, 돌을 놓을 때 은은하고 청아한 소리가 나고, 돌을 판에 놓으면 약간 들어가는 듯 하다가 다시 솟아오르고, 몇 판을 두고 나면 반면이 약간 얽었다가 얼마 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는 특유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있는 것이 최상품이다.
비자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은 무 실수 상태의 암그루가 바둑판으로 가장 좋은 재질로 최소 100만원~ 8천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그러나 비자(榧子)나무가 분포하는 곳이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지금은 목재가 전혀 생산되지 않은 실정으로 북제주군의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비자나무 숲에 대한 최근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줄기가 썩거나 껍질이 벗겨지는 등 생육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고급 바둑돌
바둑돌에서 흰색은 진출색, 검은색은 후퇴색이라고 한다. 똑같은 크기로 돌을 만들 경우 검은돌이 작게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에 같은 크기로 보이게 하기위해 검은돌을 조금 더 크게 만드는데, 흑돌은 7푼(分) 3리(厘), 백돌은 7푼 2리로, 흑돌을 1리 크게 만들고(두께는 3 ~ 10.1mm) 있다.
재료로는 대나무 ․ 비취· 상아· 옥석․소뿔 등을 이용하고 있으나, 대중용으로는 유리재질이 사용되고 있다. 옥석 바둑돌로 흑백 모두 규석 100%로 가공한 천연돌인 '신석 바둑알'이 고급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개 바둑알을 최고급으로 꼽고 있다. 조개 바둑알은 백돌만 대합(大蛤) 조개껍질의 두꺼운 부분을 둥글게 깎아 다듬어 만들고, 흑돌은 오석으로 만든다. 백색알은 나무결 같은 조개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자연미가 있다.
대합조개 중에서 일본 규슈(九州)의 히우가(日向)산을 최고로 치는데, 색채․ 경도․ 활도가 빼어나며, 특히 유백색 바탕에 약간의 청색이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일본산 명품의 경우 수요에 비해 원료생산이 부족하여 멕시코산 대합이 많이 쓰이고 있다. 조개 바둑알도 조개결의 종류에 따라 최고급으로는 '설인'(조개결이 6개 이상 배열), 그 다음이 '월인‘(조개결이 4~6개 배열), '실용품'(조개결이 4개 이하 배열)이 있다.
조개 바둑알에는 위아래가 있는데, 직선무늬가 있는 쪽이 윗면이고, 원형무늬가 있는 쪽이 아랫면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바둑돌은 한쪽은 일반 바둑알처럼 둥그스름한 윗면과 , 평평한 아랫면이 있다. 그 외 최근에는 세라스톤(cerostone), 바이오세라믹스(bioceramics) 또는 파인세라믹스(fineceramics)의 신소재로 이루어진 바둑돌들이 사용되고 있다.
3. 상아 바둑돌과 자단목 바둑판
상아 바둑돌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제한함으로써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는 협약) 협약 부속서 1에 코끼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5백57종을 선정, 상업목적을 위한 국제거래를 금지하고 학술연구 목적으로 거래할 때는 양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수출입 허가증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자단목(紫檀木)은 콩과에 속하는 활엽교목으로 줄기는 높이 10m, 지름 30 ~ 50 cm이고, 자색이며 부드러운 잔털이 있는데, 나비 모양의 노란 꽃이 핀다. 종형의 열매에 꼬리와 날개가 있는 한두 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재목은 견고하고 심재가 암홍자색을 띠어 아름다우므로 '화류'라 하여 건축 및 가구, 도구의 재료로 쓰인다. 인도 및 스리랑카 원산으로 대만,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자단목은 붉은 색으로 톱으로 썰어도 쉽게 썰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귀신을 쫓는다고 여겨졌고 목질이 단단하므로 고려나 조선에서도 자단으로 만든 목가구는 왕실이나 상류층이 애호하던 명품가구였다. 소위 자단으로 만든‘화류장(樺榴欌)’은 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오랜기간 바닷속에 담가놓은 자단목은 보물중의 보물로 태워서 연기를 맡는 분향료(焚香料) 용도로 몇 년 전 신안앞바다의 침몰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단은 바다의 뻘 속에 700년 가깝게 묻혀 있어서 최고의 ‘침향(沈香)’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가치는 금값과 비슷하다고 한다.
따라서 상아 바둑돌은 국제거래가 중지된 품목이며, 자단목 바둑판은 부드러워야 하는 바둑판의 특성과 다른 너무나 단단한 목재의 특성으로 인하여 상업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4. 상품화 방안
지역에 자생하는 버드나무는 중급 이상의 바둑판 용재(목재)에 속하므로 바둑판은 버드나무로 의자왕과 쇼소인(正倉院)의 전설을 배경으로 하여 디자인하고, 바둑돌은 세라믹 등 신소재로 만들되, 그 바둑돌 하나하나에 백제의 전설과 문양을 새겨 넣어 관광기념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로 보여 진다.
하지만 젊은층이 바둑을 기피하고 있으며, 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바둑을 즐기고 있어 가정집에서 바둑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과거와 같이 애기가들에게 가정 필수품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대량생산 보다는 특정고객만을 위한 소량 다품종의 주문생산이 바람직하다고 본다.